• The Forbidden Room

    The Forbidden Room

    ★★★★

    아무래도 각 에피소드를 엮는 영화의 전개 방식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이미지를 연출하는 방식 그 자체의 독특한 톤에 있어서 코미디와 호러의 기괴한 배합을 만끽하는 흥미로움 또한 상당하다. 전적으로 공감하기엔 어려운 관점이지만, 자기 꿈에 집착하는 창작자의 광기가 결국 예술 창작에 관한 그의 갈증을 이끄는 원천이라고 보는 영화의 관점도 괜찮다.

  • Happy Together

    Happy Together

    ★★★★

    자기 소신을 증명한다는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자신이 건너버린 다리를 이미 불태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죽음이 아닌 삶으로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새 활로가 그 사라진 다리뿐이었다고 마냥 상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사에 관한 감독 특유의 감상적인 허점이 있으나, 영화는 촬영미와 음악 등에서 묻어나는 감각으로 그 점을 충분히 보충한다.

  • Hard Boiled

    Hard Boiled

    ★★★★

    홍콩 액션영화 특유의 과장된 액션으로 피아를 불문하고 유달리 다들 허황되게 픽픽 죽어나가는데, 그 연출 특색이 당시 홍콩 반환을 앞두고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서 그런 무자비한 힘이 만능이라고 하는 정신에 계속 맞서야 한다는 어떤 쓸쓸한 정서와 한편으로 잘 어울린다. 그런 감상적인 측면을 빼도, 원없이 촬영 스케일을 키우지만 마냥 허술하게 무너지진 않는 연출력 자체가 볼만하다.

  • Subarnarekha

    Subarnarekha

    ★★★★½

    현실이 이미 충분히 암울한데 몇명이나 돈을 주고 비극을 읽겠냐고 묻자, 영화는 그런 회의감에 수긍하면서도 다만 세상을 모두들 같은 방식으로 살더라도 그게 곧 참된 것만은 아님을 말하는게 비극이라고 에둘러 회답한다. 최소한의 현실감도 없이 이상(理想)을 좇는 것만큼이나, 막상 아무런 이상도 없이 그저 주어진대로 현실을 사는 것도 그만큼 비극이란 점을 영화가 잘 짚어냈다.

  • Space Sweepers

    Space Sweepers

    쉰내 나는 감각으로 멋있어 보였을 소재들을 여기저기서 가져다가 납땜한 것까진 차치해도, 영화가 자신의 그 부족함을 알면 스스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할텐데 오히려 쓸데없는 러닝 타임까지 짜증나게 늘려놨다. 그밖에도 외국인·아역 배우진의 허접한 활용 등을 보면, 같은 허점을 심각하게 내보인 희대의 망작 '클레멘타인'에서 한국 영화계는 과연 교훈을 얻긴 했었는지 안타깝다.

  • Fallen Angels

    Fallen Angels

    ★★★★

    사회 속에서 평범히 사는게 병적으로 되지 않는 자들의 그 감상적인 낭만을 관객이 전부 이해하긴 어렵지만, 자신들의 그러한 결함을 내심 알면서도 꿋꿋이 자기답게 계속 사랑을 찾으며 살아 보겠다는 영화의 마지막 낭만만큼은 감명깊다. 아버지의 일상을 카메라로 찍는 모습 등 영화에서 금성무가 맡은 이야기의 몇몇 순간들이 유독 빛난 것도 그러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 Olla

    Olla

    ★★★

    란티모스 감독의 현재 부인이자 그리스 활동 시절부터 연기로 유달리 괴이한 감각을 내뿜은 여배우의 연출 입봉작답게, 염세적인 관점으로 인해 적어도 마음에 병을 한번 앓아본 사람들 사이에서나 낄낄댈 법한 그 쓰고 메마른 유머 감각을 선보인 단편 작품이다. 노래 선정부터 웃기는 그런 유머 감각뿐만 아니라, 쇼트를 잡는 거리 등 연출의 많은 기술적 측면들이 남편의 것을 닮았다.

  • You Only Live Once

    You Only Live Once

    ★★★★½

    어째서 그런 죄인이 자기 죄를 속죄하는 것만으로 천국의 문을 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신을 믿는다는 것은 곧 남을 위해 희생을 무릅쓰는 사랑이 이 세상에 진정 존재함을 믿는 것이라 한다면 오히려 그렇게 백치를 자처하는 속죄야말로 평범한 사람일수록 이루기 힘들다. 그러한 맥락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문 그 너머를 내다보는 영화의 마지막 시점 쇼트 등이 특히 인상깊다.

  • The Long Good Friday

    The Long Good Friday

    ★★★★

    머리로 열심히 계산하고 승산이 없어 보이는 대결은 피하는게 맞지만, 자신은 애초부터 그게 되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러한 처세 자체가 자기 삶의 방식도 아니라고 일갈하는 어떤 무모한 낭만이 영화에 짙게 배어있다. 인물의 그 낭만을 당시 영국의 사회경제적 침체에 엮는 사뭇 특이한 접근을 내보이며, 영화는 국가 내지 공동체로서 난관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저력을 말한다.

  • Quo Vadis, Aida?

    Quo Vadis, Aida?

    ★★★

    분쟁 해결에 관한 서방 정치권의 무능력을 드러냈던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조명하며, 영화는 당장의 목숨을 좌우하는 힘 앞에서 그저 무기력할 뿐인 말과 약속에 얽힌 당사자들의 굴욕과 배신감에 집중한다. 다만 영화 안에서 소개된 그 참상의 서사만 놓고 봐도, 마치 남자들의 전쟁에 여자가 희생된 것일 뿐이라고 어떤 프레임을 짜려 한 영화의 접근과 노력 일부는 부실하다.

  • The Inheritance

    The Inheritance

    ★★★★

    그래도 자기 마음과 몸까지 내준 사람이라면 믿을 만하다고 본인들은 생각할지 모르지만, 믿음이 본래 물건도 아닌 어느 개인의 생각에 불과한 것인 이상은 그 상대방으로선 오히려 배신을 실천하는 것이 지나치게 더 쉬워진다. 서양 연극의 연출 방식을 잘 차용한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서술 트릭과 민법 지식까지 동원하며 배신의 배신을 무수히 쌓는 영화의 집착이 대단하다.

  • Story of a Prostitute

    Story of a Prostitute

    ★★★★

    중일전쟁 당시의 위안부 및 일본군 내 악·폐습 등 암울한 소재들을 다룬만큼 관객이 이에 기대할 법한 서사의 진중한 짜임새는 아쉬우나, 반전(反戰)의 큰 주제 의식 아래에서 자잘하게 빛난 각각의 장면 연출들을 떼어놓고 보면 유달리 인상깊은 지점들이 제법 있다. 그만큼 기획 구성 등 총론 차원의 한계를 각론의 즉흥적인 연출 감각으로 메워버린 작품이란 점에서 상당한 괴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