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ning ★★★★½

타이트한 연출의 작품은 아니기에 느리게 진행되고 장르적인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창동 영화가 그러했듯 극사실주의 연출이 주는 현장감이 뛰어나다. 그의 영화 중 영상이 가장 뛰어난데 특히 중반부 파주에서의 몇몇 장면은 잊을 수 없이 아름답다. 문학이 원작이라선지 가끔 튀어나오는 문어체 대사들은 일부 인상깊지만 종종 지나치게 관념적인 느낌도 든다. 어쩌면 굳이 한국어가 서툰 배우를 쓴 이유도 이런 느낌을 중화시키려는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여성의 소지품이나 비닐하우스의 은유의 관점에선 벤은 연쇄살인범이며 해미는 그에게 살해당했다고 보여지지만 마지막에 해미랑 같이 왔다는 종수를 경계심없이 기다리는 벤의 모습을 보면 그는 단순 변태일 뿐 해미는 빚쟁이에 쫒겨서 잠적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종수가 마지막에 해미 방에서 소설쓰는 모습이 줌아웃되는 장면까지가 현실이고 이어지는 살인 장면은 그가 쓴 소설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해석들이 어쨋든간에 종수가 주차장에서 해미얘긴 이제 필요없다고 벤에게 말했듯 종수에겐 더이상 진실따위 중요하지 않았고 그것이 현실에서건 소설 속에서건 간에 결국 아버지처럼 열등감과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벤을 살해할때 쓰인 아버지의 칼은 두 부자를 이어주는 매개일 것이다)

(다소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청년 실업 뉴스멘트에서의 사회 구조적문제와도 같이 태생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불우한 현실 앞에 놓인 종수가 모든걸 가진 벤에게서 느낀 무력감이 이내 열등감으로, 그 열등감이 종국에는 모든걸 태워버리는 동력으로 기능하며 사회비판적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