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hfall

재난물은 사실성에 기반한 종말론적 상상으로 성립하는 장르이다. 영화 백두산에서 이러한 장르적 특징은 조인창과 리준평이 수행하는 아직 보지 못한 자식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과 대립한다. 영화는 관객에게 무엇을 상상할지 질문하고 있다.

한편 재난 장르라는 외피 속에 감춰진 영화 백두산의 본질은 서스펜스가 거세된 채 작동하는 신파 영화이다. 계속해서 긴장감이 팽팽하게 유지되어야 할 상황에서 끝도 없는 유머로 일관하거나 눈물이 앞을 가리는 등장인물의 숭고한 희생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정서적 이완을 꾀한다. 명백하게 의도적인 백두산의 장르적 실패는 이 영화가 덱스터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철저히 비용 회수에 초점이 맞춰진 시제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개봉 전날에야 겨우 언론 시사회를 할 정도로 길어진 편집 과정에도 불구하고, 초중반부의 햭탄두장에서의 분할 편집과 슬로우 모션 연출은 최악이다. 최지영이 물에 빠진 장면 이후 버스에 겨우 타는 장면으로 느닷없이 이어지는 구멍난 서사는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이다. 또한 영화 괴물을 참고한듯한 무성의한 에필로그는 괴물의 그것보다 훨씬 뭉뚝하다. 이런 질 낮은 완성도는 외면하면서 마블 영화의 쿠키 영상이나 흉내 내는 작태는 제작자의 야욕이 영화를 얼마나 천박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