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ntions of Murder

<집착을 넘어 생존으로>

1. 위대한 각본
독특한 각본은 어쩌다 한번씩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본작의 각본은 스스로 강한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의견을 쉽게 피력한다. 보편적인 인물 관계도와 정교한 설정이 잘 어우러진다. 여타의 쇼헤이 영화에 비해서도 특별한 배경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 편이다.

2. 인물관계
본작은 사다코를 중심으로 분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다코의 내면 상태가 타임 스탬프와 보이스 오버로 직접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단 극 중의 남성은 모두 병자이다. 근대 사회의 일부인기차를 올라타고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도 어딘가 짓눌려 있다. 이들은 생존에 급급하다보니 남성우월주의를 내세우면서 여성을 억압하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순간의 욕정을 자기합리화를 통해 불륜행각으로 풀어버리기까지 한다. 그걸로도 부족하면 이따금 조상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전통 행사를 지낸다.

한편 사다코는 병든 남성과 고압적인 근대 시스템 사이에서 소외된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그녀의 심경 변화는 또다른 병든 남성(강도)의 칩입으로 촉발된다. 마사코는 처음에는 자기 부정 즉, 자살을 시도하다 결국에는 문제의 남성을 매수하거나 살해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결국 사다코는 강도가 지병으로 사망한 직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인정한다. 그녀는 이제 트램과 기차역을 자신의 의지로 이용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자신만의 근대 시스템인 편직기를 확보한다.

한편 또 다른 여성 인물인 요시코는 마사코와 대척점에 선다. 그녀는 커리어우먼이자 마르고 아름다운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요이치의 그늘을 끝내 벗어나지 못해 결국 네러티브의 바깥으로 냉담하게 치워진다. 이러한 두 인물의 대조는 결국 인물의 운명이 주어진 환경에 종속된 것이 아닌 스스로 개척하고자 하는 생존 본능에 달렸음을 강조한다.

3. 모티브
큰 쥐의 사망(생존 공포), 다리미(낙인 효과), 가계부 (여성억압), 기차/도서관/편직기/캣츠아이 안경/필름 카메라 (근대문물) 등 수많은 참신한 모티브가 쏟아진다.

4. 연출
사다코가 강도와 몸싸움하는 장면에서는 동선이 유려하며 강렬한 콘스라스트를 이용하여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강간을 당한 직후 현실을 부정하는 사다코를 극단적인 로우앵글과 하이앵글로 제시하는 연출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여담: 기생충에 문광과 근세의 인물 설정은 상당수가 해당 영화에서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