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of Rumor

<롤리타는 험버거를 싫어한다.>

미조구치의 카메라는 특정 인물을 손쉽게 비난하거나 혹은 옹호하지 않는다. 그저 이들 사이의 관계를 온전하게 드러내는 데에 치중할 뿐이다. 그래서 카메라는 인물로부터 점점 거리를 둔다. 본작에서는 심지어 특정 인물이 두 인물 간의 대화를 먼 발치에서 엿보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그런데도 관객은 극 중에 노를 보는 관객과 동일하게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오히려 철저하게 공감한다. 영화 감상은 어쨌든 보는 행위이다. 어설픈 위로는 결국 예술적 재현이 가진 한계를 부정하는 자기 기만일 따름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나 유키코라는 인물이다. 유키코는 여타의 여성 인물과 달리 소문을 감수할 정도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편이다. 이러한 그녀의 태도에는 루머에 시달릴 걱정이 없는 남자와는 격이 다른 용기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다른 남성 인물과 다르게 주변 사람의 감정을 무신경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유키코의 행보는 의사 마토바와 비교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언뜻 보기에 마토바는 병원에 입원해야할 정도로 위독한 다유를 굳이 시간을 내어 찾아갈 만큼 이들의 처지에 신경쓰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영화 전체를 미루어보아 유키코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후반부 마토바가 하츠코의 사랑 고백을 오로지 자신의 만족을 위해 무시하는 행동은 마토바가 기실 유곽을 드나드는 주정뱅이 남정네와 다를 바 없음을 잘 나타낸다.

이러한 구도는 초중반부 유키코의 측은지심을 대변하던 바느질 가위가 후반부에서 돌연 마토바를 향한 혐오감을 표출하는 은빛 칼날로 변모하는 지점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