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Big Lebowski

    The Big Lebowski

    다시 보니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여운이 남기는지 모르겠다. 단지 미친 듯이 웃기고 황당한 것 이상의 뭔가를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대한 레보스키>에 전지적으로 보이는 어떤 카우보이가 나와서 이런 말을 한다.
    '당신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듀드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게 왠지 안심이 된다'고.
    정말 그렇다. 한심하고 게으르고 정말 답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의 좌충우돌 모험을 보는 게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을 해소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저 사람보다는 낫지’ 같은 마음 때문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더 진실하고 근본적인 이유가…

  • Psycho

    Psycho

    ★★★★★

    <싸이코>를 2부가 아니라 3부로 나누어서 분석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감상.

    1부는 마리온 크레인, 2부는 노먼 베이츠, 3부는 라일라 크레인이 주인공.
    (시점 쇼트, 클로즈 업 쇼트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기준)

    살인이 일어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파트를 나눌 수 있다.
    1부->마리온 살해->2부->아보가스트 살해->3부
    아보가스트도 나름 중요한 인물이긴 하지만 마리온이 살해당하는 순간이 워낙 충격적이기 때문에 2부에서 3부로 넘어갈 땐 큰 감흥이 없다.

    아보가스트 살해 이후엔 노먼 베이츠는 마치 안타고니스트처럼 촬영되어 있다. 그의 시점 쇼트나 클로즈업 샷들도 이전에 비해 거의 나오질 않는다.

    마리온과 노먼은…

  • Children of Men

    Children of Men

    이런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다시 고민에 잠기는 날이었다. 마냥 비관적인 정서에 잠기기는 싫어서 얼마 전부터 계획해왔던 <칠드런 오브 맨> 감상을 실천에 옮겼다.
    절망 끝에서 발견한 희망의 가치를 이 영화보다 강렬하게 말하는 영화가 있을까. 내가 <칠드런 오브 맨>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무척 현실적이어서 그렇다. 이 영화는 SF적인 설정을 단지 설정으로만 밀어붙이지 않고 그게 현실세계에서 진짜 일어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여 사실적으로, 거의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으로 장면들을 구현한다. 그래서 다른 SF 영화나 재난…

  • Corpus Christi

    Corpus Christi

    영화감독과 신부가 꽤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일이라는 걸 느꼈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와 고통까지 이해하는 일. 신부랑은 전혀 안 어울리는, 속세에 닳고 닳은 사람이 오히려 사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둠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게 왠지 씁쓸하기도 하고. 영화의 흐름이나 캐릭터리티, 휴머니즘 등이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를 연상시켰다.

  • The Breakfast Club

    The Breakfast Club

    제목의 느낌이 뭔가 좋은 이 영화에 대해 큰 기대는 없었는데 막상 보니 꽤 재밌었다. 텅 빈 주말의 학교가 뭔가 감옥이자 미로 같은 공간으로 보이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고, 평소엔 절대 한곳에서 어울리지 않을 법한 종류의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모여 반나절 동안 부대끼는 이야기라는 게 맘에 들었다.

  • Fight Club

    Fight Club

    거의 6년 만에 재감상해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영화였다. 이 현란하고 겉멋 들린 듯한 영화는 겉으로만 화려한 게 아니라 속에서도 여러 레이어와 관점을 보유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파시즘, 공허한 일상과 폭력적인 일탈의 쾌감.
    <파이트 클럽>은 또한 성장영화로도 볼 수 있었다. 연출은 카프카적인 부조리의 세상에서 거칠고 폭력적인 액션의 세계로 갔다가, 일탈을 꿈꾼 찌질한 남자의 드라마로 돌아오는 등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
    남성성에 대한 영화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환암을 앓으며 마치 남성성이 거세된 듯한 이미지의 남자들을 보여주며 시작하고, 거칠게 싸우는 극도록 마초적인 세계가 펼쳐지다가,…

  • The Life and Death of Colonel Blimp

    The Life and Death of Colonel Blimp

    현실과 이상의 끝나지 않는 듯한 강렬한 대립이 참 애잔하면서도 품격있는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고, 2차대전이 아직 실제로 진행 중이던 시기에 2차대전에 대한 아주 훌륭한 통찰력을 보이는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놀라웠다. 최근에 세계가 이 지경이 되면서, 사람들이 과연 이런 세상에서도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었는데,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이 그에 대한 긍정의 답변을 해주는 것 같았다.
    훌륭하게 늙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캔디의 이상주의와 슐도르프의 현실주의를 모두 본받으며 균형 잡힌 삶을 살 때 사랑은 훌륭하게 늙어갈 수 있지 않을까.

  • Amarcord

    Amarcord

    얼핏 봐도 감독이 자신의 유년시절과 고향을 그린 영화라는 인사을 받았다. 펠리니도 <8과 2분의 1> 이후 과거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삼길 즐겼던 것 같다.
    <아마코드>에도 소년 펠리니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오긴 하는데 다만 그가 중심인물은 아니고 마을의 온갖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소동과 그 시절 그 동네 자체가 주인공인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주된 서사 없이 기억의 파편 따르듯 영화 속에서 1년이 흐르는데 펠리니 특유의 흥겨움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당시가 무솔리니 시절이었기 때문에 파시즘 정권과 그 인물들이 노골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풍자도 비판도…

  • Honey

    Honey

    21세기에도 세계 어디에선가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벌집의 정령>,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의 작품들이 가진 결이 느껴지고, 일부 장면에선 타르콥스키의 <거울>도 생각났다. 영화 자체가 그 위대한 작품들에게 오마쥬를 바친다는 인상도 있었다.
    그런 위대한 영화들을 언급할 만큼 샷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나 아름다웠고, 사운드 또한 훌륭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마치 나도 그 시공간 안에 있는 것 같았다.

  • The Texas Chain Saw Massacre

    The Texas Chain Saw Massacre

    개연성에 대한 큰 부담감 없이 중반부터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호러적 쾌감이 놀랍다. 그래서 더욱 입이 떡 벌어지는 공포감에 압도된 것 같기도 한데, 어쩌면 호러는 논리성을 너무 따지지 않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장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산한 분위기와 텍사스의 살벌한 풍경이 압권이지만 그 와중에 아름답게 촬영된 순간들이 중간중간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특히 해 질 녘 풍경을 배경으로 인물이 걸어가는 모습을 로우앵글로 촬영한 샷들이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여배우의 비명이 정말 엄청났다. 너무 리얼하고 찰져서 그녀가 느꼈을 극한의 공포심이 화면을 뚫어 전염되며 보는 나까지 정신이 얼얼해지는 느낌이었다.

  • A Brighter Summer Day

    A Brighter Summer Day

    손전등을 들어 어두컴컴한 시대를 부분적으로나마 비춰보겠다는 결연함.

  • Soul

    Soul

    삶에서 중요한 게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라면, 꿈과 스파크는 그 일상의 동력원일 테다.
    즉, 우린 꿈과 목표 때문에 그 동력의 주체인 일상의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반대로 목적이 없는 고여있는 일상을 사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할 것이다. 말이야 쉽다만...

    <토이 스토리 3>의 대성공 이후 만들어진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들에선 메세지나 감동에 대한 강박이 느껴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최근 10년 간 나온 픽사 영화들의 플롯이나 세계관, 캐릭터리티 등이 종종 영화의 메세지에 종속되는 것 같아서 그 이전만큼의 감흥을 받진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