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_tunnel has written 44 reviews for films during 2021.

  • Les Misérables

    Les Misérables

    <증오>와 <시티 오브 갓>의 계보를 잇는 강렬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 거의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주제의식 좋고, 짧은 시간 동안 모든 인물의 캐릭터나 동기, 행동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시나리오는 최근에 봤던 영화들 중 거의 최고다. 그리고 무엇보다 묘사가 너무나 생생하고 서스펜스가 상당해서 정말로 그 세계에 가 있는 듯했다.
    난민 문제는 정말로 너무 어려워서,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이미 서로에 대한 증오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시스템은 그걸 해결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부조리함을 위태롭게 유지하기만 할 뿐이다.

  •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확장판 감상.
    1편과 2편이 그러했듯 극장판보다 훨씬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왕의 귀환> 극장판은 여러 번 봤지만 확장판은 처음이어서 익숙한 듯 낯선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사소한 장면들이 추가되고, 조연들의 등장과 퇴장이 더욱 명확해지며 감정선도 더 구체적으로 살아나서 4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오히려 극장판보다도 짧게 느껴졌다.

    이전까지는 캐치하지 못했던 <왕의 귀환>의 어떤 테마를 발견하기도 했다. 한 여정이 끝난 후에도 다음 여정이 있다는 것.
    절망적의 전쟁의 상황에서 피핀이 '이렇게 끝날 줄 몰랐다'고 하는 말에 간달프는 '끝이 아니다, 죽음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또 하나의 여정일 뿐이다' 라고…

  • The Big Lebowski

    The Big Lebowski

    다시 보니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여운이 남기는지 모르겠다. 단지 미친 듯이 웃기고 황당한 것 이상의 뭔가를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대한 레보스키>에 전지적으로 보이는 어떤 카우보이가 나와서 이런 말을 한다.
    '당신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듀드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게 왠지 안심이 된다'고.
    정말 그렇다. 한심하고 게으르고 정말 답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의 좌충우돌 모험을 보는 게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을 해소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저 사람보다는 낫지’ 같은 마음 때문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더 진실하고 근본적인 이유가…

  • Psycho

    Psycho

    ★★★★★

    <싸이코>를 2부가 아니라 3부로 나누어서 분석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감상.

    1부는 마리온 크레인, 2부는 노먼 베이츠, 3부는 라일라 크레인이 주인공.
    (시점 쇼트, 클로즈 업 쇼트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기준)

    살인이 일어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파트를 나눌 수 있다.
    1부->마리온 살해->2부->아보가스트 살해->3부
    아보가스트도 나름 중요한 인물이긴 하지만 마리온이 살해당하는 순간이 워낙 충격적이기 때문에 2부에서 3부로 넘어갈 땐 큰 감흥이 없다.

    아보가스트 살해 이후엔 노먼 베이츠는 마치 안타고니스트처럼 촬영되어 있다. 그의 시점 쇼트나 클로즈업 샷들도 이전에 비해 거의 나오질 않는다.

    마리온과 노먼은…

  • Children of Men

    Children of Men

    이런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다시 고민에 잠기는 날이었다. 마냥 비관적인 정서에 잠기기는 싫어서 얼마 전부터 계획해왔던 <칠드런 오브 맨> 감상을 실천에 옮겼다.
    절망 끝에서 발견한 희망의 가치를 이 영화보다 강렬하게 말하는 영화가 있을까. 내가 <칠드런 오브 맨>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무척 현실적이어서 그렇다. 이 영화는 SF적인 설정을 단지 설정으로만 밀어붙이지 않고 그게 현실세계에서 진짜 일어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여 사실적으로, 거의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으로 장면들을 구현한다. 그래서 다른 SF 영화나 재난…

  • Corpus Christi

    Corpus Christi

    영화감독과 신부가 꽤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일이라는 걸 느꼈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와 고통까지 이해하는 일. 신부랑은 전혀 안 어울리는, 속세에 닳고 닳은 사람이 오히려 사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둠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게 왠지 씁쓸하기도 하고. 영화의 흐름이나 캐릭터리티, 휴머니즘 등이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를 연상시켰다.

  • The Breakfast Club

    The Breakfast Club

    제목의 느낌이 뭔가 좋은 이 영화에 대해 큰 기대는 없었는데 막상 보니 꽤 재밌었다. 텅 빈 주말의 학교가 뭔가 감옥이자 미로 같은 공간으로 보이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고, 평소엔 절대 한곳에서 어울리지 않을 법한 종류의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모여 반나절 동안 부대끼는 이야기라는 게 맘에 들었다.

  • Fight Club

    Fight Club

    거의 6년 만에 재감상해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영화였다. 이 현란하고 겉멋 들린 듯한 영화는 겉으로만 화려한 게 아니라 속에서도 여러 레이어와 관점을 보유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파시즘, 공허한 일상과 폭력적인 일탈의 쾌감.
    <파이트 클럽>은 또한 성장영화로도 볼 수 있었다. 연출은 카프카적인 부조리의 세상에서 거칠고 폭력적인 액션의 세계로 갔다가, 일탈을 꿈꾼 찌질한 남자의 드라마로 돌아오는 등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
    남성성에 대한 영화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환암을 앓으며 마치 남성성이 거세된 듯한 이미지의 남자들을 보여주며 시작하고, 거칠게 싸우는 극도록 마초적인 세계가 펼쳐지다가,…

  • The Life and Death of Colonel Blimp

    The Life and Death of Colonel Blimp

    현실과 이상의 끝나지 않는 듯한 강렬한 대립이 참 애잔하면서도 품격있는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고, 2차대전이 아직 실제로 진행 중이던 시기에 2차대전에 대한 아주 훌륭한 통찰력을 보이는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놀라웠다. 최근에 세계가 이 지경이 되면서, 사람들이 과연 이런 세상에서도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었는데,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이 그에 대한 긍정의 답변을 해주는 것 같았다.
    훌륭하게 늙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캔디의 이상주의와 슐도르프의 현실주의를 모두 본받으며 균형 잡힌 삶을 살 때 사랑은 훌륭하게 늙어갈 수 있지 않을까.

  • Amarcord

    Amarcord

    얼핏 봐도 감독이 자신의 유년시절과 고향을 그린 영화라는 인사을 받았다. 펠리니도 <8과 2분의 1> 이후 과거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삼길 즐겼던 것 같다.
    <아마코드>에도 소년 펠리니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오긴 하는데 다만 그가 중심인물은 아니고 마을의 온갖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소동과 그 시절 그 동네 자체가 주인공인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주된 서사 없이 기억의 파편 따르듯 영화 속에서 1년이 흐르는데 펠리니 특유의 흥겨움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당시가 무솔리니 시절이었기 때문에 파시즘 정권과 그 인물들이 노골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풍자도 비판도…

  • Honey

    Honey

    21세기에도 세계 어디에선가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감사했다. <벌집의 정령>,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의 작품들이 가진 결이 느껴지고, 일부 장면에선 타르콥스키의 <거울>도 생각났다. 영화 자체가 그 위대한 작품들에게 오마쥬를 바친다는 인상도 있었다.
    그런 위대한 영화들을 언급할 만큼 샷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나 아름다웠고, 사운드 또한 훌륭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마치 나도 그 시공간 안에 있는 것 같았다.

  • The Texas Chain Saw Massacre

    The Texas Chain Saw Massacre

    개연성에 대한 큰 부담감 없이 중반부터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호러적 쾌감이 놀랍다. 그래서 더욱 입이 떡 벌어지는 공포감에 압도된 것 같기도 한데, 어쩌면 호러는 논리성을 너무 따지지 않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장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산한 분위기와 텍사스의 살벌한 풍경이 압권이지만 그 와중에 아름답게 촬영된 순간들이 중간중간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특히 해 질 녘 풍경을 배경으로 인물이 걸어가는 모습을 로우앵글로 촬영한 샷들이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여배우의 비명이 정말 엄청났다. 너무 리얼하고 찰져서 그녀가 느꼈을 극한의 공포심이 화면을 뚫어 전염되며 보는 나까지 정신이 얼얼해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