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Brighter Summer Day

    A Brighter Summer Day

    손전등을 들어 어두컴컴한 시대를 부분적으로나마 비춰보겠다는 결연함.

  • Soul

    Soul

    삶에서 중요한 게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라면, 꿈과 스파크는 그 일상의 동력원일 테다.
    즉, 우린 꿈과 목표 때문에 그 동력의 주체인 일상의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반대로 목적이 없는 고여있는 일상을 사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할 것이다. 말이야 쉽다만...

    <토이 스토리 3>의 대성공 이후 만들어진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들에선 메세지나 감동에 대한 강박이 느껴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최근 10년 간 나온 픽사 영화들의 플롯이나 세계관, 캐릭터리티 등이 종종 영화의 메세지에 종속되는 것 같아서 그 이전만큼의 감흥을 받진 못하고 있다.

  •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미지와의 조우>는 단순히 UFO 현상에 대한 영화일 뿐 아니라 가족의 분열, 이혼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니어리 가족 구성원을 보면 부부와 삼남매로 이뤄져 있는데, 영화 중반부에 니어리의 아내와 세 아이들은 그를 떠난다. 그리고 마지막엔 니어리도 가족을 놔둔 채 기약도 없이 우주로 떠난다. 그는 자신이 쫓던 별빛을 찾았지만 가족에 대한 책임은 져버렸다. 낭만과 경외와 신비의 정서로 가득 차 있지만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면서도 슬픈 결말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남겨진 가족들은 어떻게 됐을까. 난 이 지점에서 <이티>가 <미지와의 조우>의 정신적인 속편이라고 생각한다.
    <이티>의 가족은 싱글맘과…

  • Tokyo Sonata

    Tokyo Sonata

    가족드라마, 사회드라마의 외양을 띄고 있지만 <도쿄 소나타>는 오묘한 장르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배경인 도쿄는 일종의 디스토피아 사회다. 생기 없이 일렬로 행진하는 직장인들, 혹은 무직자들은 마치 <메트로폴리스>의 노동자들 같다. 미군에 대한 특정 설정이 등장하는 건 영화가 자신이 공상과학 영화임을 보다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거라 할 수 있다.
    중반부를 넘어서면, <도쿄 소나타>는 초현실적인 블랙코미디가 된다. 톤이 갑자기 확 튀며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황당해서 어디까지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지 보는 이를 헷갈리게 한다. 극단의 절망으로 치닷는 가족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연출로 봐야할 것 같다.…

  • Lucky Chan-sil

    Lucky Chan-sil

    쓰라린 실패를 겪은 이가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변화’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삶과 영화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기 본연의 삶 없이 영화로만 채워진 삶을 살았다고 느끼던 주인공 찬실이는 마지막엔 그런 자기의 삶을 영화로 쓰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삶을 찾던 그녀가 삶을 영화로 만들기로 다짐하며 끝나는 이 영화는 아름답고 뭉클한 구석이 있다. 그 과정을 거친 실제 결과물이 바로 우리가 보고 있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인 것도 그래서 어딘가 텍스트초월적인 감동을 준다.

  • In the Line of Fire

    In the Line of Fire

    플롯 자체는 전형적인 90년대 특유 정치스릴러물이지만 이스트우드와 말코비치의 압도적인 존재감 때문에 무척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특히 악역을 맡은 말코비치가 노장 이스트우드에게 밀리지 않는 엄청난 포스를 보인다.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의 대결구도를 아주 인상적으로 설정하고, 두 배우의 연기 매너리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각본과 연출 또한 훌륭하다.
    본인이 연출한 영화가 아님에도, 단지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본인 작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이스트우드의 존재감은 참 불가사의한 측면이 있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피아노로 재즈 선율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이미 이 영화는 당시의 다른 액션영화들과는 확연히 구분되어 보인다.
    노년에 접어든 이후로 이스트우드는 항상 자신의 나이듦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사선에서> 또한 그런 영화 중 하나이지만 그래도 지금 기준에서 보면 당시 이스트우드는 젊어보이는 것 같다.

  • Heavenly Creatures

    Heavenly Creatures

    황당한 실화를 바탕에 두면서도 질풍노도 청소년기의 어떤 보편적인 특징을 놓치지 않는 각본이 훌륭했고, 그 어떤 거름장치 없이 두 소녀의 정신세계를 체험시키는 드라마틱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후반부의 범행 장면은 최근에 본 어떤 범죄 시퀀스보다도 충격적이었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건 아주 특정한 나이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생기는 그 순간만의 이상한 심리 때문인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것들. 그래서 다른 어른들은 물론이고 어른이 된 본인조차도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 Lake Mungo

    Lake Mungo

    유령이라는 소재, 모큐멘터리 형식. 둘 다 싸구려 양산형 호러에 남용되는 면이 있지만 <먼고 호수>는 그 둘의 잠재력을 제법 효과적으로 끌어내는 영화였다.
    수많은 모큐멘터리 호러가 있지만 <먼고 호수>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딸을 잃은 어느 가족의 비극과 그들의 상실감을 가볍지 않게 다루는 모큐멘터리라는 점이었다. 그 전엔 이 장르에서 누군가의 죽음에 따르는 유족의 아픔을 이렇게 비중 있게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근데 사실 바로 이 점 때문에 유령과 귀신이 잠재력이 있는 소재인 것이다. 그 자체로 죽음을 전제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우리 주변에서 항상 존재하고, 우리의 실제 삶과 맞닿아있는 동시에 다소 추상적인 개념인데, 유령이나 귀신은 그 추상적인 소재를 영화적으로 풀어내기 좋은 장치인 것이다.

  • Fargo

    Fargo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 코멘터리 감상. 
    디킨스 말마따나 코엔 형제의 다른 영화에 비해 심플한 샷 구성과 관조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 적은 예산으로 만든 것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 Precious

    Precious

    프레셔스의 부모를 괴물이라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마지막에 복지관과의 삼자대면 장면을 통해 프레셔스가 받았던 고통들은 단지 어느 개인들, 그녀의 부모 잘못뿐만 아니라 악습과 무지가 끊임없이 되물림되는 극빈층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받지 못하고 가난과 고통 속에서 자라, 자기 스스로조차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된다.
    주인공 프레셔스가 존경스러운 것은, 그 끔찍한 굴레를 스스로 끊어내고 벗어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결국 자신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자기 부모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은 그녀이다.

  • Wild Strawberries

    Wild Strawberries

    재작년에 감상했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스스로가 변할 필요성을 느낀다. <산딸기>도 그렇고, <또다른 여인>도 그렇고, 둘 다 어느 깍쟁이의 비참하고 공허한 말로를 보여준다. 본인이 워낙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기 주변 사람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기보단 판단할 뿐이다. 무관심과 무애정으로 사람들을 대했던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결국 또 무관심과 무애정이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그것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우리가 <산딸기>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인생은 어차피 뜻대로 안 되는 일들이 있고 아픔이 따를 수밖에 없으니, 그 쓴맛을 거부하기보단 내 삶의 일부로…

  • Another Woman

    Another Woman

    우디 앨런이 베리만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느낄 수 있었던 영화. 몇몇 샷들이나 편집은 영락없는 베리만 영화다. (물론 촬영감독 니크비스트의 덕이기도 할 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디 앨런 특유의 관계와 인생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이 살아있다. 영화 전반에 걸쳐 묘한 불길함을 유지하며, 모든 걸 가졌지만 사실은 그 무엇도 가지지 못한 깍쟁이의 삶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결말이 의외로 희망적인데, 주인공의 50이라는 나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결론이라 느꼈다. 살 만큼 살아서 더 이상 삶이 변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따지고 보면 또 살아갈 날이 한참 남은 시기 아닌가.